장바구니를 덜렁거리며 마트 채소 코너를 서성이다 보면, 왠지 모르게 발길을 붙잡는 향긋한 초록빛이 있다. 평소처럼 흔한 채소들 사이를 지나치려던 찰나, 옆에 있던 지인이 슬쩍 건네준 작은 화분 하나. "이거 요리에 툭 얹어봐, 풍미가 아예 달라져." 그렇게 영문도 모른 채 우연한 권유로 내 주방에 들어오게 된 허브가 바로 세이지(Sage)였다.처음엔 고기 냄새나 잡아볼 요량으로 무심코 쓰기 시작했다. 버터를 녹인 팬에 세이지 잎 몇 장을 살짝 튀기듯 볶아 스테이크나 구운 채소 위에 곁들였는데, 묵직하면서도 쌉싸름하고 깊은 흙냄새가 온 집안을 감쌌다. "아, 이래서 사람들이 허브를 키우는구나." 감탄이 절로 나오는 순간이었다.그런데 이 세이지의 매력은 단순히 요리의 맛을 고급스럽게 살려주는 데서 끝나지 않..